‘쿨러’(The Cooler)는 올드 라스베이거스의 뒷모습을 배경으로 범죄와 인간 드라마, 로맨스를 엮는다. 쿨러는 카지노에서 계속 돈을 따는 손님을 막는 딜러. 버니(윌리엄 메이시)는 더럽게 재수없는 남자. 게다가 버니의 왕재수는 전염된다. 카지노 매니저 셸리(알렉 볼드윈)은 버니의 왕재수를 알아보고 쿨러로 고용한다. 버니는 칵테일 나탈리(마리아 벨로)와 사랑에 빠지면서 왕재수 운명에서 벗어나고 셸리는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 한다. 인디 영화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는 대중성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지만 뛰어난 연기를 앞세워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특히 메이시의 연기가 압권. 섹스와 폭력 묘사가 강해 애초에 성인용인 NC-17 등급판정이 내려졌으나 재편집으로 R 등급을 받았다. 26일 개봉. 등급 R
2003.11.28. 15:11
1885년 미국 남서부의 황야. 아파치족 무당은 10대 백인 소녀 릴리를 납치해 멕시코에 노예로 팔려한다. 딸이 납치되자 여의사 매기(케이트 블랑셋)는 20년 동안 헤어져 살던 아버지 존스(토미 리 존스)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실종’(The Missing)은 존 포드 감독의 서부극 ‘수색자’(The Searchers)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론 하워드 감독은 서부극의 틀과 함께 납치 사건의 스릴러를 집어넣는다. 결과는 서부극의 형식에 스릴러의 음습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감돈다. ‘아폴로 13’이나 ‘아름다운 마음’ 같은 PG-13 등급의 휴먼 드라마에 강했던 하워드 감독은 R 등급의 암울한 느낌의 영화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한다. 블랑셋의 연기는 빛을 발한다. 26일 개봉. 등급 R. 와이드 상영.
2003.11.28. 15:11
베일에 가려진 기업의 시간여행 프로젝트에 연결된 예일대 고고학과 학생들이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백년 전쟁이 한창인 1357년으로 돌아간다. 그중 한 명이 현재로 돌아오지 못하고 구출작전이 시작된다. ‘타임라인’(Timeline)은 여러 면에서 어정쩡하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소설은 기업의 부도덕성에 촛점이 맞춰져 있지만 영화는 그렇지도 않다. 과거의 한 순간으로 시간여행을 하면서 벌이는 액션의 짜릿함이 넘치는 것도 아니다. ‘패스트 앤드 퓨어리어스’의 폴 워커가 주연을 맡지만 스타의 카리스마는 강렬하지 않다. 남는 것은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메뉴인 특수효과인데 대작들 때문에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새로울 것이 없다. 스토리도 허약한 편이다. 아주 엉망도 아니지만 빼어날 것도 없는 ‘타임라인’은 연말 흥행작에서 고전할 무난한 팝콘영화다. 26일 개봉. 등급 PG-13. 와이드 상영.
2003.11.28. 15:11
‘아버지의 이름으로’와 ‘나의 왼발’의 감독 짐 셰리던이 두 딸과 함께 스크립을 쓴 반자전적 이야기. 아들을 병으로 잃은 아일랜드의 배우 자니는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새로운 삶을 찾아 뉴욕으로 온다. 불법 체류자에 무일푼인 이들 가족은 마약 중독자와 빈곤층이 사는 게토에서 현실과 싸운다. ‘인 아메리카’(In America)는 부부가 부딪쳐야 하는 냉혹한 현실과 두 딸이 꿈꾸는 환상을 혼합하며 이민자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과 아메리칸 드림을 들려준다. 하지만 셰리던 감독은 이민자의 생활에 대한 직접 경험을 들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한 가족의 고통과 구원이라는 감상적 이야기를 통해 전작보다 훨씬 대중적인 입장을 취한다. 자니 역의 패디 콘시딘과 아내 새라 역의 사만타 모튼 등의 출연진의 앙상블 연기가 뛰어나다. 26일 개봉. 등급 PG-13.
2003.11.28. 15:11
연말 영화에 으례 등장하는 산타 클로스의 따듯한 이미지를 잔인하게 뒤집는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산타(빌리 밥 손톤)은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는데 소심한 매니저와 산타가 진짜 있다고 믿는 과체중의 여섯살 난 소년들에게 입에 담기 힘든 언어폭력을 휘두른다. 여기에는 뚱뚱한 여자와 항문 섹스를 하고 싶다는 등의 과격한 섹스 농담까지 포함된다. 이미지 뒤집기는 산타 크로스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풍토에 대한 항변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못된 산타’(Bad Santa) 속의 산타는 지나치게 엽기적이고 도발적이다. 등급 R에서 보듯 따뜻하고 교훈적인 산타 영화, 크리스마스 영화에 물리고 지친 성인 관객에게 적당하거나 거칠고 공격적인 코미디 취향의 관객에게 적당하다. 26일 개봉. 등급 R. 와이드 상영.
2003.11.28. 15:11
‘귀신들린 저택’(The Haunted Mansion)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의 하나다. 짜임새나 신선도는 떨어지지만 기술은 뛰어나다. 단점과 장점이 엇갈리지만 적당한 이야기와 화려한 특수효과는 가족영화로 보기에 무난하다. ‘카리브해의 해적들’(Pirates of the Caribbean:The Curse of the Black Pearl)에 이어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를 소재로 만든 ‘귀신들린 저택’은 가족영화와 공포영화 장르를 섞는다. 짐 에버스(에디 머피)는 능력있는 부동산 에이전트다. 문제가 있다면 돈 버는데 정신이 팔려 아들 마이클(마크 존 제프리스)과 딸 메건(아리 데이비스) 등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는 점. 짐은 결혼 기념일에도 늦게 나타나 아내 사라(마셔 토머슨)를 화나게 만든다. 가족영화의 전형적인 설정이다. 어느날 사라에게 저택을 팔고 싶다는 전화가 온다. 지금은 흉가가 됐지만 한때 웅장하고 화려했던 저택에는 비극적인 사랑이 숨겨져 있다. 집사 램슬리(테런스 스탬프)의 음모로 결혼을 앞두고 있던 그레이시(내태니얼 파커)와 엘리자베스는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다.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원혼이 되어 떠도는 그레이시는 사라를 엘리자베스라고 생각하고 한을 풀기 위해 사라를 저택으로 끌어들인다. 에버스 가족이 저택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가족영화와 공포영화는 하나로 섞이지만 두 가지 장르는 상투적인 특징을 벗어나지 못한다. 문제있는 가족은 고난속에서 신뢰와 따뜻함을 회복하고 주인공들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면서도 흉가 곳곳을 헤매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카리브해의 해적들’이 매력적인 캐릭터와 웃음으로 감칠맛을 느끼게 했다면 ‘귀신들린 저택’은 이야기와 플롯, 등장인물에서 특별히 뛰어나지 않다. 에디 머피는 ‘대디 데이 케어’(Daddy Day Care)에서 처럼 선한 웃음을 짓지만 폭소를 선사하지는 못하고 마셔 토머슨은 매력적이지만 이를 한껏 펼치지 못한다. 오히려 유리구슬에 갖힌 집시여인 역을 맡은 제니퍼 틸리가 인상적이다. 이런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기름진 영상과 특수효과다. 웅장한 대저택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러 단계의 공포 코스는 지루할 틈을 주지않는 라이드같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실감나는 분장과 의상은 등급 PG의 가족영화로는 드물게 스펙타클한 영상을 만들어내고 빠른 속도로 상황을 변화시켜 지루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다만 음향이 너무 크고 시체와 싸우는 일부 장면은 저학년이 보기에는 너무 무서울 수 있다. 26일 개봉. 등급 PG. 와이드 상영. 안유회 기자〈[email protected]〉
2003.11.28. 15:11
닥터 수스의 ‘더 캣 인 더 햇’(The Cat in the Hat)은 번역이 불가능하다. ‘모자를 쓴 고양이’라고 번역하는 순간 ‘캣’과 ‘햇’의 운(rhyme)은 사라진다. 마치 김소월의 시 ‘왕십리’에서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의 운을 번역하는 것과 같다.
‘더 캣 인 더 햇’은 책 전체가 그대로 운이다. 운을 영화로 옮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운은 문화와 장르의 벽을 그리 쉽게 뛰어넘지 못한다.
그럼에도 영화로 옮긴 것은 저자인 닥터 수스의 인기와 닥터 수스의 또 다른 책을 영화화한 ‘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나’(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의 흥행 성공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운으로 가득찬 책을 그대로 영화화할 수는 없으니 이야기의 살을 붙여야 한다. 이야기는 인기 TV 드라마 ‘사인펠드’의 작가이며 ‘그린치는…’의 스크립을 쓴 알렉 베이와 데이빗 맨들, 제프 섀퍼 3총사가 맡았다. 그렇게 해서 원작과 달리 이웃에 사는 아저씨 퀸(알렉 볼드윈)과 베이비 시터 미시즈 콴(에이미 힐)이 등장하고 엄마(켈리 프레스톤)는 부동산 회사에서 일한다.
그러나 ‘그린치…’의 주인공이 짐 캐리, ‘더 캣 인 더 햇’의 주인공이 마이크 마이어스라는 점은 두 영화가 똑같이 닥터 수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는 사실을 무색케 한다. 마이어스가 누군인가. ‘오스틴 파워스’(Austin Powers) 시리즈의 화신 아닌가.
적어도 미국에서 성장과정의 통과의례가 되버린 ‘더 캣 인 더 햇’. 그 안에 배어있는 유년의 순수함을 마이어스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마이어스는 ‘더 캣 인 더 햇’에 어른들의 짖궂은 상상력을 덧칠한다. 잘 생긴 퀸이 복대를 끄르는 순간 풀어져 나오는 뱃살과 아들과 엄마 사이에 오가는 대화 “다른 사람이 엄마였으면 좋겠어” “나도 다른 애가 아들이었으면 좋겠다”는 불편한 느낌을 준다.
가장 불편한 장면은 캣(마이어스)이 액자 속의 엄마의 사진을 펴는 장면. 액자 속의 사진에는 엄마의 어깨 선까지 나와 있는데 맨 살을 드러내고 있다. 캣은 액자의 사진을 브로 마이드처럼 펼친다. 그 순간 캣의 모자가 쑥 올라가고 꼬리가 위를 향한다. 누드 사진과 발기를 암시하는 이 대목을 ‘오스틴 파워스’가 ‘더 캣 인 더 햇’을 오염시킨 것이라 본다면 지나친 것일까. 아들 콘래드(스펜서 브레슬린)가 옆에서 함께 사진을 보고 있다는 설정도 마찬가지다.
동양인으로 설정된 베이비시터 미시즈 콴이 처음부터 끝까지 잠만 자고 캣의 노리개가 되는 부분도 기분을 상하게 한다. 캣은 미시즈 콴을 옷걸이에 걸어 매달거나 보드처럼 타고 다닌다.
그런데 이 영화의 등급 PG다. 감독인 보 웰치도 한 인터뷰에서 한 장면도 자르지 않고 PG를 받은 게 충격(Shock)이었다고 고백했다.
‘더 캣 인 더 햇’이 어린이 영화다운 점은 디자인이다. 마을과 집, 캣을 포함한 등장인물의 의상, 환상 속의 나라는 멋진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이건 아마 웰치 감독의 이력과 관계있는 듯하다. 웰치 감독은 ‘멘 인 블랙’과 ‘배트맨 리턴’ ‘비틀주스’ 등 20여 편에서 프로닥션 디자인을 맡았고 장편영화 감독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개봉. 등급 PG-13. 와이드 상영.
안유회 기자
2003.11.21. 15:41
비디오 판매수입이 극장 흥행 수입을 능가하는 시대가 열렸다. 출시 2주 째를 맞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사진)는 DVD와 카세트 비디오를 합해 모두 2천만개가 판매되면서 3억6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는 극장 흥행 수입 3억4천만 달러를 능가하는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극장 흥행 성공과 연말 선물 시즌이라는 타이밍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니모를 찾아서’의 DVD 판매량은 1천5백만 개로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의 1천4백50만 개를 누르고 역대 DVD 판매 1위 자리에 올랐다. 18일 출시된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은 30~40달러에 이르는 비싼 가격에도 하루 만에 75만 개에서 1백만 개가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2003.11.21. 15:41
“늦어도 2005년부터 인터넷 영화상영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잭 밸런티 미국영화협회(MPAA) 회장이 인터넷 상영의 최대 걸림돌인 보안 문제가 거의 해결됐다고 밝혔다. 현재 영화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휼렛 패커드 등 몇 개 회사와 손잡고 인터넷 영화 상영에 필요한 보안 시스템 개발을 연구 중이다. 밸런티 회장은 “내년 이맘 쯤에는 보안 시스템이 완성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것이 해결되면 개봉 영화가 DVD와 비디오로 출시되기 전에 인터넷에서 상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03.11.21. 15:41
▶고티카 Gothika ·감독 매튜 카소비츠, 주연 할리 베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급 R. ·여자교도소 정신과 의사는 어느날 깨어보니 정신병동에 갇혀있다. 초자연적 현상을 소재로 한 스릴러로 스토리나 플롯의 힘이 약하다. 베리는 자신이 맡은 역에 현실감과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연기력을 과시한다. ▶야만인의 침입 The Barbarian Invasions ·감독 드니 아르캉, 주연 레미 지라르, 등급 R. ·1986년작 <미국 제국의 몰락>의 연장선 위에 있다. 병이 위중한 남자의 가족과 친구들이 병원에 모여 의료정책과 9·11 테러 이후의 세계, 섹스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 코믹하고 지적이다. 칸느영화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 수상작. ▶매스터 앤 커맨더 Master and Commander:The Far Side of the World ·감독 피터 위어, 주연 러셀 크로, 등급 PG-13. ·1805년 대양에서 벌어지는 영국과 프랑스 전투함의 해전. 1억3천만 달러의 제작비에 비하면 스펙타클한 점이 모자라고 위어 감독의 작품으로는 인물이나 이야기의 깊은 맛이 모자란다. ▶요정 Elf ·감독 존 파브로, 주연 윌 페럴, 등급 PG. ·북극의 요정나라에서 자란 인간이 크리스마스를 맡아 생부를 찾으러 뉴욕에 오면서 벌어지는 소동.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코믹영화. ▶정말로 사랑이 Love Actually ·감독 리처드 커티스, 주연 휴 그랜트·에마 톰슨, 등급 R. ·영국출신 스타 배우를 비롯한 대규모 출연진의 앙상블 연기,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혼란없이 맛갈스럽게 빚어냈다. 어른을 위한 크리스마스 영화. ▶메이트릭스 3:레볼루션 The Matrix Revolutions ·감독 와쇼스키 형제, 주연 키아누 리브스, 등급 R.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외형은 커지고 속은 허해지는 속편의 한계에게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2편에서 주로 대사를 통해 늘어놓은 세계에 대한 시각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다. 대신 액션 신의 규모나 강도는 높아지는데 니오와 스미스의 대결은 2편에서 봤던 것보다 스케일이 커지지만 긴장감은 1편을 능가하지 못한다. 오히려 기계 군단과 인간의 대결이 더 흥미롭다. ▶인 더 컷 In the Cut ·감독 제인 캠피온, 주연 멕 라이언·마크 러팔로, 등급 R. ·페머니스트 감독 캠피온의 스릴러. 혼자 사는 여교수는 주변 남자들에게 심리적 위협을 느낀다. 전남편은 스토킹을 하고 학생은 강간을 하려 한다. 동네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 수사를 맡은 형사와 관계를 맺지만 살인범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멕 라이언이 지금까지의 귀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음산한 배역을 맡아 과감한 베드신을 연기했다. ▶킬 빌 1부 Kill Bill Volume 1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주연 우마 서먼, 등급 R. ·타란티노의 6년 만의 컴백작으로 일본의 사무라이·야쿠자 영화를 중심으로 자신의 영화광 시절과 그 시절의 영화영웅을 회상한다. 극단적으로 폭력적이지만 어조는 감상적이다. ‘펄프 픽션’에 비해 감수성은 더 예민해졌고 자기 만의 세계는 왜소해졌다. ▶미스틱 리버 Mystic River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숀 펜·팀 로빈스·케빈 베이컨, 등급 R. ·10대 소녀 피살 사건을 계기로 경찰과 사기 전과가 있는 가게 주인, 어릴적 성폭행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친구 3명이 다시 모인다. 이스트우드 감독은 거장의 솜씨로 속으로 흘러가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인생의 신산한 흐름을 바라본다.
2003.11.21. 15:41
한 여자가 상반신을 드러낸 채 침대에 누워 자고 있다. 바로 옆에 한 남자가 벗은 몸으로 웅크리고 담배를 핀다. 누가 누군지,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는 첫 장면은 곧바로 피범벅된 남자와 비명을 지르는 여자와 또 다른 남자가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는 급박한 모습으로 바뀐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교수 폴(숀 펜), 마약중독자였지만 결혼 뒤 딸 둘과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있는 크리스티나(나오미 왓츠), 전과자였지만 종교를 통해 거듭난 잭(베니치오 델토로). ‘아모레스 페로스’로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은 멕시코 출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21 그램’(21 Grams)은 교통사고를 중심으로 3명의 이야기를 펼친다.
올해 칸느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 중의 하나인 ‘21 그램’에는 영혼의 상처와 인생의 비극이 뒤엉킨다. 오직 종교에 의지해 삶의 끈을 놓치지 않았건만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3명의 목숨을 빼앗고 괴로워하는 잭.
죽음의 문턱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살아난 뒤 기증자의 아내 크리스티나에게 사랑을 느끼는 폴.
가족을 잃고 다시 마약에 손을 대지만 남편의 심장을 가진 남자와 사랑에 빠져 복수를 꿈꾸는 크리스티나.
인생은 더럽고 상처 투성이다. 가족을 잃은 크리스티나에게 아버지는 얘기한다. “네 엄마가 죽고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아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크리스티나는 얘기한다. “엄마가 죽고 아버지가 다시 사람들과 얘기하고 우리와 놀 줄을 몰랐어요.”
이냐리투 감독은 상처 범벅의 인생을 핸드 헬드 카메라와 시간을 뒤섞는 방식으로 거칠게 끌고 간다. 이런 방식은 영화 감상을 혼란스럽게 하기 보다는 쾌감을 높여준다. 주연 3명의 묵직한 연기(폴이 교수보다는 블루 칼라 같은 게 흠이지만)와 왓츠의 노출까지 영화는 인디의 거친 질감과 대중적 흥행성이 잘 섞여있다.
그러나 영혼과 구원의 문제에는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21그램. 5센트 다섯개, 벌새 한 마리, 초코바 하나, 어쩌면 영혼의 무게”라는 대사는 영혼의 문제를 언급한다. 사람이 죽었을 때 누구나 21그램이 준다면 그건 영혼의 무게일 수 있겠지만 영화에서 영혼의 문제는 21그램 정도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잭은 더러운 인생과 영혼을 구원받으려 종교에 매달리지만 구원의 문제는 델토로의 연기 이상을 넘지 않는다.
영혼과 구원의 문제를 진지하게 얘기하기엔 ‘21 그램’은 너무 멜로드라마적이다. 매력적이고 독특한 방식의 멜로드라마이긴 하지만.
21일 개봉. 등급 R.
안유회 기자
2003.11.21. 14:51
뉴욕포스트가 멜 깁슨의 ‘그리스도의 수난’(The Passion of Christ) 평론에 해적판을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루퍼트 머독 소유의 뉴욕포스트는 랍비와 신부, 종교학 교수, 독자들에게 해적판을 보여주고 의견을 물은 뒤 이를 신문에 실었다. 물론 자사 영화담당 기자도 해적판을 보고 평을 실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셰리 랜싱 패러마운트 회장은 “소름끼치고 비양심적”이라고 비난했고 딕 쿡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회장도 “영화사와 언론의 계약을 깼다”고 공격했다. 뉴욕포스트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영화를 봤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누구에게서 테입을 구했는지 밝히기를 거부했다.
2003.11.21. 14:51
11월 18일로 미키 마우스가 태어난 지 75년이 됐다. 1928년 뉴욕의 콜로니 극장에서 ‘스팀보트 윌리’(Steamboat Willie)가 상영된 이후 미키 마우스는 대중문화에서 가장 성공한 캐릭터로 꼽힌다. 처음엔 미국인의 낙관주의와 자신감을 상징했고 이후엔 전세계에서 가장 친근한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월트 디즈니는 1928년 대륙횡단 기차여행 도중 미키 마우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디즈니는 처음엔 모티머라는 이름을 붙였으나 아내 릴리언이 좀더 친숙한 이름인 미키를 제안했다. 일부에서는 미키는 디즈니와 수석 애니메이터인 어브 이웍스의 공동작품이라고 주장한다. 미키를 처음으로 그린 건 이웍스지만 창안자의 권리는 디즈니에게 돌아갔다. 미키를 주인공으로 한 최초의 영화 2편은 무성영화였다. 1927년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싱어’가 대성공을 거둔 뒤로 미키 애니메이션도 노래와 음악, 음향효과를 이용한 유성영화로 바뀌었고 30년대 말까지 1백편이 출시되는 인기를 누렸다. 40년대 시들했던 미키 열풍은 50년대 TV 시리즈 ‘미키 마우스 클럽’과 디즈니랜드 개관으로 다시 거세게 불었다. 오랜 세월 동안 미키의 모습은 조금씩 바뀌었다. 얼굴은 시간이 흐를수록 둥글게 바뀌었고 눈은 검은색 타원형에서 흰자위와 검은 색 동공으로 표현됐다. 인상도 친근한 방향으로 변했다. 미키 마우스 캐릭터 상품은 시계와 연필, 침대보 등 1천여개에 이른다. 전세계의 판매수입은 매년 45억 달러로 디즈니에서 위니 더 푸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키 마우스에 대한 비난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문화 제국주의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기도 하고 어린이들까지 소비사회의 일원으로 끌여들여 유년의 순수함을 잃어버리게 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최근의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 DVD 구입 열풍은 이미 미키 마우스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2003.11.21. 14:51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Lord of the Ring:The Two Towers)〓4개의 디스크로 이루어졌다. 극장 개봉때 삭제된 43분 분량을 추가됐다. 코멘터리는 4개가 들어있다. 감독 피터 잭슨·제작자 프랜 월시·스크립 작가 필리파 보이언스, 디자인팀, 촬영감독·작곡가 등의 제작진, 배우들이 4개 분야에서 영화제작과 관련한 속얘기를 들려준다. 잭슨 감독은 원작 각색과정의 고민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골룸의 성격과 창조, 뉴질랜드 촬영 현장을 안내한다. 프로도 역의 엘리야 우드는 출연진과 스턴트맨의 액션훈련과 미니어처 사용, 사운트 트랙, 음향효과 등을 설명한다. 등급 PG-13. △툼 레이더:생명의 요람(Lara Croft Tomb Raider:The Cradle of Life)〓비디오 게임을 원작으로 안젤리나 졸리를 여자 액션영웅으로 내세웠다. 1편에 비해 비디오 게임 원작의 분위기와 멀어지면서 스토리와 액션, 배우의 신선미가 떨어진다. 등급 PG-13. △신밧드:7대양의 전설(Sinbad:Legend of the Seven Seas)〓바다에서 벌어지는 신밧드의 모험담. 거대한 바다의 영상은 볼만하지만 스토리는 허약하다. 브래드 피트와 미셸 파이퍼, 캐서린 제타-존스가 성우로 출연한다. 등급 PG. △투게더(Together)〓서사적 영화의 첸 카이거 감독이 내놓은 눈물샘을 자극하는 멜로드라마. 바이올린에 천재적인 아들을 성공시키기 위해 북경으로 올라온 시골 요리사의 헌신적인 이야기를 출생의 비밀과 흥미로운 캐릭터를 통해 감동적으로 끌어간다. 산업화되는 중국의 단면을 엿볼 수도 있다. 등급 PG. △철새의 이동(Winged Migration)〓대륙과 대륙을 넘나드는 철새들의 이동을 삶의 고난과 승리라는 프리즘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철새와 함께 날며 근접촬영해 새들의 삶의 표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등급 G.
2003.11.21. 14:51
톰 크루즈가 일본을 배경으로 한 ‘마지막 사무라이’(The Last Samurai·사진) 촬영장에서 치명적인 사고를 당할 뻔했다. 위기일발의 장면은 상대역인 일본 배우가 크루즈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장면. 크루즈가 탄 말 모양의 기계는 마지막 순간 밑으로 내려 앉아 칼을 피할 수 있게 프로그램됐다. 한데 실제 상황에서 프로그램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것. 일본 배우는 기계가 작동하는 않는 걸 알고 크루즈의 목 3cm 앞에서 칼을 멈춰 큰 사고를 피했다.
2003.11.14. 15:21
워너 브라더스는 1천 편이 넘는 만화영화를 갖고 있고 그 자산가치는 8~1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문제는 ‘버그스 버니’나 ‘대프티 덕’ 같은 친숙한 동물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것인데 처음으로 활용법을 보여준 것이 ‘루니 툰스:백 인 액션’(Looney Tunes:Back in Action)이다.
‘루니 툰스’의 기본 성격은 1988년 로버트 지메키스 감독의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Who Framed Roger Rabbit)처럼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실제 배우를 결합한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로는 버그스 버니와 대프티 덕이 주요인물이고 요세미티 샘과 포키 피그 등이 찬조출연한다.
실제 배우로는 제나 엘프먼이 워너 브라더스 코미디 제작담당 부사장 케이트 휴턴 역을, 프레이저 브렌던이 스턴트 맨을 꿈꾸는 워너 브라더스 경비원 D. J. 드레이크를 연기한다. 한 때 007 역을 맡았던 티모시 달턴은 워너 브라더스의 특수요원이며 D. J.의 아버지로 잠깐 출연한다. 코미디 배우 스티브 마틴은 세계 제패를 꿈꾸는 사악한 기업 애크미의 회장으로 영화에 활력을 준다.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안에서 시작되는 ‘루니 툰스’의 이야기는 이렇다. 부사장 케이트는 버그스 버니로 충분하다면 스타배우 대프티 덕을 해고한다. 경비원 D. J.는 날뛰는 덕을 잡다가 사고를 일으켜 해고된다. 집에 온 D. J.는 애크미에 잡혀있는 아버지를 구하러 덕과 함께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
경영진 회의에서 덕을 데려오지 못하면 사표를 쓰라는 최후통첩을 받은 케이트는 버니와 함께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
한편, 애크미는 마법의 다이아몬드 블루 멍키를 이용해 인간을 모두 원숭이로 변신시킨 뒤 노동력을 착취해 물건을 생산한 다음 원숭이를 다시 인간으로 변신시켜 이번엔 물건을 사게 만들 음모를 꾸미고 있다.
첩보원 영화의 틀을 빌린 조 단테 감독의 ‘루니 툰스’는 ‘누가…’보다 훨씬 가볍고 가족적이다. 반면 ‘누가…’가 보여준 실제 배우와 애니메이션 개릭터 사이의 완벽한 호흡과 결합에는 미치지 못하는 중간 정도 수준의 재미에 그친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루브르 박물관 장면이다. 샤갈의 그림으로 들어가면 몸이 추상적으로 휘는 식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명화 속으로 들어가 그림의 한 요소가 되는 장면은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사이코’의 샤워 신 같은 영화에 대한 영화 부분도 흥미롭긴 하지만 이런 장면이 어린이 관객에게 어필하기는 힘들어보인다.
14일 개봉. 등급 PG. 와이드 상영.
안유회 기자
2003.11.14. 15:21
아메리칸 뮤직상이 31회를 맞아 참석자들에게 3만1천 달러 상당의 선물 꾸러미를 안겨줄 예정이다. 꾸러리에는 모두 1백50개 가량의 선물이 들어있는데 자메이카 여행과 1등석 왕복 항공권, 가라오케 기계, 라식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선물권 등이 들어있다. 선물이 너무 많다보니 꾸러미는 2개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시상식 프로듀서인 딕 클락은 “31회에 3만1천 달러짜리 선물이면 빨리 50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너스레. 시상식은 16일 ABC를 통해 방송되며 셰럴 크로와 힐러리 더프, 브리트니 스피어스, 아샨티 등이 공연한다.
2003.11.14. 15:21
배우 스티븐 시걸과 폭력배와의 연관 의혹을 취재하던 LA타임스 기자가 협박을 받은 사건을 계기로 할리우드의 불법 도청이 불거지고 있다고 AP가 보도했다. LA 타임스 기자 아니타 부시는 지난 해 시걸-폭력배 커넥션 여부를 취재하던 어느 날 차에 죽은 물고기와 장미 한 송이와 함께 ‘그만해’(Stop)라고 쓴 경고 문구가 놓여있는 걸 발견했다. 마피아식 협박사건을 수사하던 연방수사국(FBI)은 마약밀매 전과가 있는 알렉산더 프록터를 용의자로 체포했고 프록터는 앤소니 펠리카노(59)의 부탁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펠리카노는 군용 폭발물과 슈류탄을 불법 소지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시걸과 펠리카노는 협박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문제는 FBI가 펠리카노의 사무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전화를 도청한 기록을 찾아냈다는 것. FBI는 펠리카노가 할리우드 스타와 스타가 고용한 변호사와 에이전트의 전화 통화를 불법 도청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코미디언 개리 샌들링은 FBI로부터 도청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변호사인 버트 필즈도 이 문제로 FBI의 조사를 받았다. 필즈의 고객 중에는 톰 크루즈와 케빈 코스트너 등이 있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펠리카노. 그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마이클 잭슨, 실베스터 스탤론 등 스타들을 위해 사립탐정과 경호원, 대변인 역할까지도 한 인물. 필즈 같은 할리우드의 유명 변호사도 그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전국적인 유명 인물이 된 것은 1977년 테일러의 세번째 남편이자 영화 제작자였던 마이클 토드의 유해가 일리노이 주의 한 묘지에서 사라졌을 때. 펠리카노는 토드의 유해를 찾아내 테일러의 믿음을 얻었고 할리우드 스타들의 사립탐정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1983년 코케인 밀매 혐의로 체포된 기업인 존 드로리언의 무죄입증에 결정적 기여를 하면서 펠리카노는 다시 한 번 명성을 떨쳤다. 그는 오디오 기록을 분석하고 감시 카메라 테입을 고화질 영상으로 바꾸는 데 성공해 드로리언의 무죄를 입증했다. 그는 평소에 고객들의 원하는 이들의 과거를 캐는 건 자신있다고 자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3.11.14. 15:21
△터미네이터3:기계의 흥기(Terminator 3:The Rise of the Machines) 12년 만의 속편. 미래에 인류는 기계와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인다. 인류의 지도자는 잔 코너. 기계는 코너를 제거하기 위해 과거로 암살 기계를 보내고 인류는 코너를 보호하기 위해 다시 한 번 터미네이터(사진)를 보낸다. 12년이 흘렀지만 아놀드 슈와제네거는 여전히 터미네이터에 어울린다. 기계가 보낸 암살자 역을 여배우가 맡은 게 신선하다. 1·2편과 달리 디지털 특수효과보다는 근육질의 아날로그식 액션 위주. 슈와제네거의 가주 주지사 당선 특수를 노리고 일찍 출시됐다. 등급 R.
2003.11.14. 15:21
해양 영화는 보통 육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촬영보다 2~3배는 힘들고 제작비도 그만큼 많이 들어간다. 영국과 프랑스 전투함이 대양에서 대결을 펼치는 ‘매스터 앤 커맨더’(Master and Commander:The Far Side of the World)의 제작비는 1억3천5백만 달러. 20세기 폭스와 미라맥스, 유니버설 3개 메이저 영화사가 합작했다.
영화의 규모를 제작비와 연계해서 비교하면 해양 영화 만들기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바다 위의 물물교환 장면에 잠깐 등장하는 여자를 제외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들만 등장하는 ‘매스터…’의 매력은 아날로그 방식의 질감이다. 망망대해와 거센 파도, 억센 사내들의 세계는 터럭 하나 없이 매끈한 디지털 영상에서는 맛볼 수 없는 현장감이 살아 있다.
20편에 이르는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해양 소설 연작 중 첫번째 작품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두 명의 호주출신 스타를 돛대와 삿대 삼아 나아간다. 피터 위어 감독 그리고 주연 러셀 크로.
위어 감독은 굳이 분류하자면 외향적이라기 보다는 내향적이다. 그의 내향적 관조는 오히려 초기작인 ‘행잉 록의 피크닉’(Picnic at Hanging Rock)과 1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갈리폴리’(Gallipoli)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뒤에 나온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와 ‘트루먼 쇼’(The Truman Show)에서는 훨씬 대중적인 멜로드라마 방식을 택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위어의 시선은 지금까지 등장인물의 내면을 향했다.
하지만 ‘매스터…’는 외향적이다. 1억3천5백만 달러짜리 영화가 내향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태생적으로 외향적인 영화와 내향적 감독의 만남.
여기에 장쾌한 배경의 대작을 끌고 가는 데 뛰어난 재능이 있는 크로가 주연을 맡았다면 규모가 크면서도 섬세한 영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외향적 재미나 내향적 깊이 사이에서 흔들리는 결과를 낳는다. “1805년 나폴레옹이 유럽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다. 나폴레옹에 맞설 나라는 영국 밖에 없다”라는 자막으로 시작한 영화는 브라질 해역에서 영국 전투함 서프라이즈가 프랑스 전투함 아케론의 기습 공격을 받는 전투신으로 1억3천만 달러가 넘는 외향성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려 놓는다.
이후 위어 감독은 등장인물에 대한 특유의 내성적 성격으로 돌아가지만 관조의 깊이보다는 가벼운 멜로드라마 방식을 택한다. 여기에 멜로 마저도 그리 감동적이지 못하다.
공격을 받은 서프라이즈 호의 함장 잭 오브리(크로)는 첨단 전투함 아케론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결정한다. 그 동안 서프라이즈 안에서는 10대 장교의 고통과 인내, 지도자의 조건, 군의관인 스티븐 마투린(폴 베터니)과 잭 사이의 갈등과 우정, 병사들의 용기, 그리고 전투 사이사이에 곤충 생태학을 연구하는 스티븐의 열정이 이어진다.
적함인 아케론의 동정이 거의 배제된 상태에서 영화는 넬슨 제독을 나침판 삼아 마치 앵글로 색슨은 어떻게 단련됐는가, 혹은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를 낮은 목소리로 웅변하는 듯하다.
크로의 카리스마는 여전하지만 섬세하면서도 묵직한 표현은 ‘인사이더’(The Insider)에 미치지 못하고 쾌감은 ‘글래디에이터’에 이르지 못한다.
14일 개봉. 등급 PG-13. 와이드 상영.
안유회 기자
2003.11.14. 15:01